민주노총은 황색노조로 전락할 것인가?
전노투 4월 총파업 특보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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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노사정대표자 사진 (자료 출처: 레이버투데이) |
민주노총 관료들은 지난 해 궤도와 LG정유칼텍스 노동자들의 투쟁에 대해 정부가 직권중재를 내리고 공권력으로 협박하자 노사정대표자회의 참가를 유보했다. 그런데 이제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에서 노사정위원회 복귀 기도가 무산되자 사회적 교섭주의자들은 ‘편법’을 사용하여 노사정위로 질주하고 있다.
3월 17일 민주노총 중집에서는 사회적 교섭 추진 건을 통과시키면서 예전의 노사정대표자회의가 아니라 비정규직법안만을 다루기 위한 ‘노사정간의 대표자회담’ 복귀라고 말장만을 하면서 실질적인 사회적 교섭 복귀를 합리화했다. 이어서 3월 24일 열린 민주노총 중앙위원회에서는 사회적 교섭 건을 독립적인 안건으로 다루지 않고 민주노총 사업계획안 속에 몇 줄을 슬쩍 집어넣어서 통과시켰다.
사회적 교섭에 반대한다고 하는 중집위원들과 중앙위원들조차도 민주노총 관료들의 노사정위 복귀 과정에 대해서 단지 비정규직 문제만을 다루기 위한 노사정대표자회의 참석에 동의했을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선한 의도’를 가지고 사회적 교섭 추진을 동의했는가와 상관없이 노사정위는 노사정대표자회의라는 이름으로 실질적으로 가동되고 있다.
자본과 정권, 자본가 언론에서는 지난 4월 5일 한국노총 사무실에서 노사정대표자회의가 재가동되자 ‘사회적 대화 복원 공식화’라면서 “비정규직 법안 처리가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라고 대대적으로 선전했다. 실제 이날 회의에서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합의안이 만들어졌다.
1. 노사정대표자회의는 사회적 대화를 활성화시켜 정착시켜 나기기로 했다.
2. 노사정대표자회의는 기존의 안건인 노사정위 개편 방안과 노사관계법 및 제도 선진화 방안의 처리방향을 우선적으로 다루기로 한다.
3. 현안인 비정규직 관련법 처리 절차는 노사정대표가 주체가 되어 국회와 조율하기로 했다.
민주노총 관료들은 이날 합의 이후에도 “비정규 강행처리시 사회적 대화 폐기 방침 변화없다”라고 강변하고 있다. 그러나 김원배 노사정위 상무위원은 “비정규직 법안 처리 여부와 상관없이 대표자회의를 지속한다는 것이 회의 결과”라고 말했다. 여기에 “비정규직과는 무관하게 민주노총이 노사정대표자회의에 들어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노총 이용득 위원장은 “비정규직 법안 논의 틀과 다르게 노사정 대표자회의는 지속적으로 개최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노사정대표자회의에서의 합의는 다음을 보여준다.
첫째, 노사정대표자회의에서 이미 사회적 대화 즉 노사정위원회를 공식적으로 되살렸다는 점이다.
둘째, 노사정대표자회의에서는 노사관계로드맵을 주요한 안건으로 다루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셋째, 민주노총 관료들의 자의적인 의도와 상관없이 노사정대표자회의는 실질적으로 가동되면서 비정규직 법안 처리 과정에 민주노총 관료들을 들러리로 끌어들였다는 점이다.
넷째, 정부와 자본, 한국노총은 이미 한목소리로 비정규직 법안 처리 여부와 상관없이 노사정대표자회의를 끌고 가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노사정위에서 의제를 주도하고, 교섭과 투쟁을 병행하면서 “세상을 바꾸는 총파업을 조직하겠다”는 민주노총 관료들의 주관적 의도와 열망은 이미 허망하게 깨지고 있다. 이번 노사정대표자회의에서는 파업권을 말살하고 정리해고를 자유롭게 하는 노사관계로드맵을 주요 의제로 하는데 합의하였다. 뿐만 아니라 이수호 위원장은 지난 4월 1일 민주노총 경고파업에 앞서서 기자회견을 하면서 파견법 개악안 철폐가 아닌 수정의 입장을 밝혔다.
파견법 개악 철폐를 사실상 포기하고 노동자를 배신한 민주노총 관료들
노사정대표자회의를 통해서 우리는 자본과 정권의 의도를 속속들이 간파할 수 있다. 자본과 정권은 민주노총 관료들을 노사정위에 사실상 복귀시키면서 파견법을 개악하고 노사관계로드맵을 통과시키려고 한다. 민주노총이 노사정위에 복귀하면서 달라지는 것이 있다면 노동법을 개악하면서도 민주노총을 이 개악통과의 들러리로 내세울 수 있다는 점이다.
정권과 자본은 민주노총의 노사정대표자회의 복귀 명분을 주기 위해 파견법 개악안 강행을 5월로 양보할 수 있다. 그러나 6월로 파견법 개악이 늦춰지면 임단협 국면과 맞물리게 되기 때문에 이 이상을 양보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더군다나 현대자동차, 하이닉스, 기아 화성공장 등에서의 불법파견투쟁이 대중투쟁의 불꽃으로 타오르기 이전에 파견법을 개악하여 합법적인 파견을 가능하게 하려고 한다.
물론 파견법이 5월에 국회를 통과해도 개정된 법률이 시행되는 기간이 있기 때문에 곧바로 적용되지는 않지만 자본가들은 개정된 법률을 근거로 해서 불법파견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투쟁을 파괴할 것이다.
민주노총은 파견법 개악을 철폐하는 투쟁을 조직하는 것이 아니라 파견법 허용 대상을 몇 개로 할 것인가와 어느 정도 시기를 두고 점차적으로 적용할 것인지의 여부를 가지고 협상을 벌이려 하고 있다. 이러한 논란을 거쳐 파견법이 개악되면 민주노총 관료들이 파견법 수정(개악)을 합의한 대상이 되었기 때문에 현장 내에서 총파업은 실질적으로 어려워진다. 설사 민주노총이 노사정대표자회의를 또 다시 탈퇴하여 총파업을 선언한다고 해도 이 총파업은 파견법을 철폐하는 투쟁이 아니라 양보안을 따내기 위한 총파업이 될 것이다.
실제 3월 17일 중집회의에서는 파견법 철폐를 위한 투쟁이 아니라 “노사정 협상 등의 기조를 가지고 비정규 입법안 논의가 국회에서 강행처리를 위한 일방적 심의가 아니라 노사정간 협상이 이루어지도록 투쟁한다”를 결의했다. 결국 4월 1일 경고파업은 파견법 개악 저지를 위한 사전경고성 파업이 아니라 노사정 교섭에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 배치된 투쟁인 것이다. 또한 사회적 교섭복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잠재우기 위한 '면피성’ 경고파업인 것이다.
이후 파견법 저지 투쟁을 형식적으로 하고 나면 민주노총은 국회 내에서 권리보장 입법을 쟁취하기 위한 장기적인 투쟁으로 가자는 주장으로 파견법 반대 투쟁을 회피한 것을 면피하려 할 것이다. “사회적 교섭은 저지를 넘어 쟁취투쟁으로 나가기 위한 ‘전술’”이라는 민주노총 관료들의 주장은 파견법 철폐투쟁을 사실상 폐기하고 투쟁회피를 합리화하기 위한 술책인 셈이다.
지난 노동시간 단축을 빌미로 한 노동법 개악 반대투쟁 당시에도 민주노총은 국회일정을 따라가는 압박용 집회를 중심으로 투쟁을 배치하다가 현장동력 부재를 이유로 노동법 개악을 인정하고 “현장에서 단협으로 투쟁하자”며 투쟁회피를 합리화 했다.
절차와 형식, 민주주의를 그토록 강조하던 민주노총 관료들은 이미 노동자 대중들을 수차례나 배신하고 기만하고 있다. 민주노총 관료들은 말장난으로 포장하면서 노사정대표자회의를 복귀하여 사회적 교섭을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비정규직 개악안을 철폐하기 위해 총파업을 조직하고 있는 현장의 절절한 바람을 배신하고 양보안을 제출하였다. 노사관계로드맵을 폐기하기 위한 투쟁을 조직하는 것이 아니라 노사정대표자회의에서 의제로 다루기로 하는 폭거를 저질렀다.
투쟁하는 동지들만이 민주노총을 지켜내고 생존권을 사수할 수 있다
지난 3월 15일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에서 사회적 교섭 복귀 기도가 무산된 뒤 열린우리당 이목희는 “민주노총은 극좌 맹동주의자들과 결별하고 온건, 합리적인 노동운동을 통해 새 길을 가야한다”면서 “민주노총이 한 줌도 안되는 극좌파에 의해 나락으로 떨어지는 모습이 안따깝고 민노총 지도부에 연민을 느낀다”고 했다.
이처럼 정권은 민주노총의 사회적 교섭복귀로 파견법과 노사관계로드맵을 개악하는 것을 넘어서 노사협조주의 체계로 민주노조 운동을 안착화 시키려고 기도하고 있다. 이미 단위노조에서는 노사협조주의 체계가 깊이 뿌리내리고 있다. 이러한 의도에 걸림돌이 되는 민주노조 운동 진영 내 전투적 세력들을 제거할 때 정권의 기도는 현실화될 것이다.
이상학 민주노총 정책연구원 위원장은 ‘민주노총 조직혁신 방향 및 과제’에서 정권의 의도에 부합하고 있다.
“억압적인 정권 하에서의 ‘전투적인 운동’과 ‘최대강령주의 노동운동’ 방식은 다원화된 정치지형에서 그 적합성이 약화되고 있음에도, 노동운동의 사업작풍은 여전히 비타협적인 전투적 조합주의와 최대강령주의에 묶여 있다. 투쟁과 대화의 병행이 절실히 요청되는 현재의 노사관계 질서에서는 비타협적인 전투주의나 최대강령주의는 노동조합의 활동을 제약하는 방향으로 작용하고 있다”
자본과 정권, 여기에 사회적 교섭이라는 이름으로 결탁한 민주노총 내 개량주의자들은 비정규직 투쟁과 전투적 선진 활동가들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전투적 노동운동을 고립시키고 민주노조운동을 협조주의로 안착화 시키려 하고 있다. 울산건설플랜트노조의 투쟁에 대한 정권의 가공할만한 탄압과 이 투쟁을 외면하고 '사회적 대화' 운운하는 민주노총 관료들의 반동적인 태도를 보라!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의 통합 흐름은 민주노총을 황색노조로 만들기 위한 거대한 음모를 가지고 진행되어 왔다. 노사정위원장으로 연임된 김금수는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시절에도 끊임없이 1국 1노총을 주장해 왔다. 민주노총의 노동운동발전전략에서도 한국노총과의 통합론이 제출됐다. 민주노동당은 대중적인 지지를 얻기 위하여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의 통합을 원하고 있다.
노사정위원회 복귀를 통해 노사협조주의 체계가 더욱 강화되고 전투적 노동운동 진영이 고립, 약화되면 민주노총의 황색노조화가 더욱 더 빠르게 진행될 것이다. 어용 한국노총이 여전히 뿌리 깊은 어용성을 간직하고 있으면서도 외형적으로는 어용의 이미지를 벗고 합리적 노동운동의 모습을 보이고 있는 반면에 민주노총은 급격히 우경화되고 있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의 어용성과 민주성의 차이는 좁혀지고 있다. 다만 투쟁성, 민주성, 자주성 같은 민주노조운동의 역사적 성과와 전통은 오직 투쟁하는 동지들에 의해서만 간신히 지켜지고 있을 뿐이다. 민주노총이 어용 한국노총처럼 황색노조로 전락할 것인가? 투쟁하는 조직으로 혁신될 것인가? 이러한 기로 앞에서 오직 투쟁하는 동지들만이 민주노총의 반동적인 황색노조화를 막고 노동자의 생존권을 쟁취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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